Sex and the City film & media

[2005. 4/29 펜스테잇 있을 때 쓴 글임다]

교회의 미례자매에게 <섹스 앤더 시티>를 빌렸다. 한국에서도 가끔 케이블에서 보면서 무지 재미있어 했던 드라마다. 가장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천박하지 않을 뿐더러 재치있는 대사, 탄탄한 구성이 장점이다.

여자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와 친구들이 더 열광하는 것이겠지만 사실 '남자들의 성'을 가지곤 이런 드라마를 만들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그냥 섹스 얘기가 아니라 관계(relationship)에 관한 거야... 며칠전에 컨버세이션 파트너(역시 여자)에게 했던 말이다.

그런데... 미례씨가 빌려준 시즌4의 몇개 에피소드를 스트레이트로 보고난 난 약간의 메스꺼움을 느꼈다. 아... 질린다. 온통 섹스얘기야. 얘들은 맨날 저 얘기만... 심지어 동성애까지... 분명 자극적인 재료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자극은 일주일에 한편으로 족하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이건 "포스트페미니스트"다. 사회학적으로건 생물학적으로건 그들은 '여성으로' 태어냈다기보다는 선택했다. 네명의 주인공들은 각자 개성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고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할 뿐더러, '관계'도 선택한다. 그것은 일회용 관계에서 영원한 사랑의 관계까지, 심지어 누구와 관계할 것인가, 정확히 말해 어떤 성 - 남자 혹은 여자 - 과 관계할 것인가 까지 자유롭게 선택한다.

단, 그 자유로운 선택의 끝이 획일적으로 '진정한 사랑'(?)이 된다는 것이 좀 아이러니컬하지만. 사실 그 감당하기 벅찬 '자유'는 '공허함'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니까... 그쯤에서 폼나는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을 포기할 만도 하다. [* 이런 점에서 영화 <섹스앤더시티>는 완전 사족이었단 게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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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자끄 아노의 <연인>을 다시 보고 film & media


우연히 케이블에서 장 자끄 아노의 <연인>(1992)을 해주길래 오랫만에 다시 봤다.  물론 좋아하는 영화가 아니라면 보지 않았을거다.

십수년만에 다시 본 영화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내 기억속의 <연인>은 중절모를 쓴 소녀의 매력, 침대 위 두 남녀의 벗은 몸을 수직으로 내려다 보며 찍은 샷, 무력하고 절망에 빠진 남자의 아편질, 그리고 아주 긴 여운이 남았던 소녀의 뒤늦게 깨달은 사랑, 그녀의 통곡이었다.

내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던 이런 장면들은 의외로 아주 짧게 스쳐지나갔다. 제인 마치는 그때처럼 신선하지 않았지만, 양가휘의 프로파일은 여전히 멋졌다. 그리고 새로이 눈과 귀에 들어온 사실... 그들의 사랑을 방해했던 제국주의 이데올로기.

빈털터리 프랑스인들이 갑부집 아들 중국인을 경멸한다. 소녀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것은 그녀가 가난해서가 아니라, 그가 미개한 중국인이기 때문이었다. 왜 그때는 그런 '중요한' 것이 전혀 인식되지 않았을까? [* 그때는 포콜이나 문화정치학에 대한 의식이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반대로, 젊고 부유하고 핸섬한 중국 남성이 예쁘지만 가난한, 그래서 사랑대신 매춘을 꿈꿨던 소녀를 사랑한 이유는 그녀가 백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새로본 <연인>이 어떻게 다르게 느껴졌고, 놓쳤던 어떤 장면이 새로 눈에 들어왔던지 간에, (소녀 마르그리트는 애써 부인했었지만) 어린 날의 사랑을 되돌아보며 아파하던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감수성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나 마찬가지로 절절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2007. 4. 17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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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만상 film & media

[* 봉감독의 <괴물>(2006)을 개봉했을 때, 주변사람들과 매체에서의 왈가왈부를 보고 쓴글; 2006. 8/26]

영화 <괴물>을 가지고 말들이 많다. 지지난 주에 괴물을 보고 온 이후, 참 많은 괴물 담론들을 읽었다. 내가 아는 한, 양언니[우리과 강사인 양모선생님] 빼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김기덕이 "한국 영화와 관객의 수준이 최고점에서 만났다"는 둥 어찌구 하는 통에 시끄러웠다. 김기덕의 불평을 영화보기 전에 들은 지라, 그리고 주변에서들 "요점이 뭔지 모르겠다"는 관람평을 내놓아서 별 기대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본 괴물은 "참 재밌었다."

괴물은 박씨네 가족에게만 보이나 싶을 정도로, 영화에서 괴물의 존재는 고수부지에서 컵라면을 파는 가난한 한 가정에게만 위협적인 것으로 보였다. 야튼, 기만적인 미국인들과 서민들을 무시/우롱만 할 뿐 아무 도움도 못되는 공권력을 뒤로 하고, 박가네 사람들은 참 열심히도 괴물과 싸웠고 마침내 무찔렀다! 정말루 우리의 정치적 현실을 잘 묘사하지 않았나?

곱씹어 볼수록 감탄스럽고, 구석구석에 포진한 봉준호식 디테일유머도 완전 내 취향이다. 예를 들어, 진지한 TV뉴스를 발꾸락으로 틱 꺼버리고 딸 대신 얻은 아들을 깨워 밥을 먹는 장면... 송강호가 <살인의 추억>에서 "너, 밥은 먹구 다니냐?"했던 그런 휴머니즘(?)이 좀 다른 버전으로 구사된 느낌이었다.

좀 황당한 스토리와 어설픈 정치적 발언은 '픽션'의 특징으로 생각하면, <괴물>은 잘 만든 엔터테인먼트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재밌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뿐만 아니라 연기와 전반적인 구성을 생각하면 형식적 완결성도 있다. 이만하면 90점은 되지 않나?

네이버에서 방금 "괴물 꼴리는 대로 해석하기"를 읽었다. [이건 못찾겠음다..] 나름 괜찮은 비평. "김기덕은 왜 괴물과 싸우나?" 다음으로 재밌는 견해라고 본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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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ANIC film & media

어제 타이태닉을 봤다. (이제서야!) 97년도에 나온 영화를 이제야 봤다기 보다는, 여름에 종식형제한테 빌린 것을 이제야 봤단 얘기다. 사실 티비에서 유명한 장면들을 숱하게 보여줬기 때문에, 그리고 타이타닉호 침몰 사건의 유명세 때문에 처음 보는 영화란 느낌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엄청 잘 만든 영화임엔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돈도 많이 들이고... 아마 내가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싫어서였을 거다. [* 당시엔 그가 싫었던게 초창기의 <길버트 그레이프>에서처럼 연기력으로 승부하기보담 (꽃미남도 아닌 것이) 얼굴로 한몫 보는 거 같아서 였다. 근데 요즘엔 다시 연기파가 된거 같아 좋아졌다.]

배가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일등석의 여자와 아이들부터 구명보트에 태우는데, 선장은 사람들이 패닉에 빠지지 않도록 악사들이 계속 음악을 연주하게 했다. 처음엔 좀 효과가 있는 듯 했다. 그러나 점점 술렁이기 시작하고 급기야 아수라장으로 변하면서 바이얼리니스트들과 첼리스트들은 아무도 그들의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그럼에도 그들은 몇곡을 더 연주한다.

마침내 그들의 음악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 명백해지자, 그들도 그들의 생명을 챙기기로 하고 해산한다. 그중 한 사람이 말한다. "지금 이곳에서 여러분과 함께 연주한 건 큰 영광이다." 그리곤 다들 돌아서는데, 한 명의 바이얼리니스트가 "내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다시 다른 악사들도 동참하고 또 음악이 흐른다...

가라앉는 타이타닉호에선 참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태워달라는 삼등석 남자들을 두 명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는 선원, 그 와중에 선원을 매수하려는 사람, 고통스럽게 기도하는 신부님과 그에게 매달리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보트에서 뛰쳐나오는 여인...

아수라장을 방불케하는 선상에서 일어난 많은 일들 중에서 이류 연주자들의 성실함이 유독 눈에 띄었던 건 못말리는 내 직업의식 때문일까, 아님 그들의 희생정신 때문일까?

[* 2005. 12. 3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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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 Lola Run film & media

[2006. 1/7 미국에서 쓴 글임다 ; <달려라, 롤라>는 1998년 Tom Tykwer가 쓰고 만들었는데, 선댄스영화제, 시애틀국제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수작으로 꼽힌다. 영화정보가 궁금한 분덜은 요기를 가보시길...]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지금 스테잇 칼리지엔 무시무시한 감기 바이러스가 돌고 있다... 할튼 그 와중에 난 넷플릭스[* 디비디대여 서비스하는 사이트]에 가입하고 (2주 무료 트라이얼에 혹하여) 전부터 보고 싶던 독일영화, <달려라, 롤라>를 보았다. ("달려라, 하니"가 갑자기 생각난당...)

테크노 음악과 시에프가 연상되는 짧은 시퀀스의 몽타쥬... 등이 신세대 감각과 잘 맞는 것 같았다. 영화설명처럼 롤러코스터적 감각이다. "날 사랑한다면 20분내에 10만 마르크를 구해와!"하고 외치는 남자친구를 위해 달리고 또 달리는 우리의 롤라... 참 잘도 뛴다 싶었다. ^^

세 가지 시나리오가 나온다. 롤라가 늦자, 결국 가게를 터는 마니, 이에 합세해 함께 맙이 되는 롤라... 둘은 보니 앤 클라이드처럼 불행해진다. 롤라가 경찰의 총에 맞아 죽는다. 난 아직 죽지 않았어... 하는 순간, 롤라는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조금씩 상황이 달라지고... 이번엔 돈도 구했고 마니가 가게에 들어가기 전에 불러 세웠다. 그러나 이번엔 마니가 차에 치어 죽는다... 이런...!!! 세번째로 달리는 롤라, 역시 잘 뛴다. 돈도 구했고 두 주인공 모두 죽지 않았지만, 바람을 피던 롤라의 아버지가 자동차 사고로 죽었다...

뭘 얘기하려는 건진 확실치 않지만, 음악과 화면, 그리고 멋진 주인공들이 어우러져 젊은 감각을 한껏 돋보인 영화였던 것 같다. 감기기운과 약기운에 몽롱한 채로 연신 흐르는 콧물에 시달리며 봐서 좀 안타깝긴 했지만... 할튼 '에로스' 혹은 (우리네 표현으로) '남녀상열지사'가 없다면 영화건 드라마건 소설이건 암것도 안되는 거 같다.. ^^ [* 다시 함 보고싶은 영화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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